지난 글에서 우리는 KPI, 즉 핵심성과지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시 한번 상기하자면 KPI란 ‘개인이나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핵심적인 기준 또는 척도’를 의미합니다.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에서 현재 위치를 확인해주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처럼 말이지요. 이번 시간에는 KPI의 개념을 좀 더 세분화해서 어떤 유형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각각의 KPI 예시도 함께 살펴봅시다.
KPI는 목표 달성 과정에서 어느 단계를 평가하는지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측정 대상이 수치인지 속성인지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자원 투입에서 결과 도출까지

  • 투입 KPI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예산, 인력 및 물자를 규모와 계획에 맞춰 적절하게 집행했는지 평가합니다.
    예시: 연구 개발 비용, 직원 교육비, 원자재 구매비용 책정 등
  • 과정/활동 KPI
    원하는 사업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수행한 특정 절차의 효율성, 생산성, 품질, 일관성을 측정합니다. 아울러 이런 절차를 통제하는 방식을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절차가 순조롭게 이루어질수록 산출 결과도 좋아집니다.
    예시: 발주 물량 인도 소요 시간, 재작업률, 창고 비용, 정보 시스템 효율성, 직원 수 대비 행정 처리 비용
  • 산출 KPI
    사업 진행 과정을 통해 무엇을 생산했는지,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는지를 측정합니다. 사업 활동에 따른 일차적인 결과물이자, 아래에서 살펴볼 궁극적인 사업 성과 KPI를 이끄는 동인이기도 합니다.
    예시: 매출, 숙련된 직원 수, 신규 고객 유치 수, 거래 처리량
  • 결과 KPI
    최종적인 목표 달성도, 사업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룬 성과나 그 성과가 조직에 미친 중요한 영향력을 평가합니다.
    예시: 브랜드 인지도, 고객 보유율, 직원 만족도 등

정량 지표 vs. 정성 지표

핵심성과지표는 크게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지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정량적’이란 양을 헤아려 나타내는 수치를, ‘정성적’이란 속성이나 품질을 파악하는 수치를 말합니다. 쉬운 예로 어떤 회사의 인사 부서에서 직원들을 평가할 때, 대상 직원이 한 달 동안 올린 매출액, 영업 이익 등을 평가하는 데는 정량적 지표가 사용되고, 회사 생활을 얼마나 성실하게 했는지, 얼마나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지, 고객과 얼마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지 등을 평가하는 데는 정성적 지표가 사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정량 지표
    다시 말하자면 정량 지표는 집계, 합계 또는 평균값 도출 등의 방법으로 수치를 측정한 결과입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KPI라고 볼 수 있지요. 정량 지표는 다시 절대적 값에 대한 지표와 상대적 값에 대한 지표로 세분화됩니다. 절대적 지표는 주로 개인이나 조직 내부에서의 달성도를 나타내는 데 반해, 상대적 지표는 타인이나 경쟁사 같은 외부와 비교하여 우월한 정도를 나타냅니다.
    절대적 지표 중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목표 달성도가 높을수록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는 업무 영역에서 최댓값을 추구하는 지표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회사의 매출액, 매장 방문 고객의 구매전환율, 웹사이트의 방문자 수 등이 있으며, 이들은 크면 클수록 좋은 지표들이지요. 즉, 목표치를 초과해 수치가 높을수록 바람직한 결과를 의미합니다. 한편 적정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때도 있습니다. 주로 비용에 관련된 지표가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사업 예산의 소진율은 목표치에 근접하거나 맞아떨어질 경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반면, 목표를 초과하는 것은 목표에 다다르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나쁘게 평가받습니다. 마지막으로, 값이 적을수록 바람직한 수치가 있습니다. 공장의 생산 불량률, 도시의 범죄 건수나 미세먼지 농도, 고객 센터의 고객 불만 접수 건수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상대적 지표란 순위를 매기는 것입니다. TV 프로그램의 동시대 시청률, 동종 업계 내 경쟁사 대비 매출 순위와 시장 점유율, 조직 내 직원들 간의 영업 실적 순위, 매출 기여도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다양한 기준에 따른 매출 성과지표의 예시를 확인하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정성 지표
    이번에는 어떤 활동에 대한 의견, 속성 및 품질을 나타내는 정성 지표에 대해 알아볼 차례입니다. 우리는 설문 조사에서 ‘아주 좋음, 좋음, 보통, 나쁨, 아주 나쁨’ 등의 보기가 제시되는 사례를 종종 접하죠? 이렇듯 수치가 아닌 의견과 견해를 바탕으로 기대에 부합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바로 정성 지표입니다. 공연이나 전시 관람객의 만족도, 인사 부서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무 만족도 조사, 직원이 제출한 제안서의 혁신성 및 실용성 평가 자료 등이 그 예입니다.

정량 지표와 정성 지표의 장점과 단점

자, 정량 지표와 정성 지표의 개념에 대해 이해했으니, 이제 KPI의 장단점을 알아봅시다.
정량 지표를 활용하면 회사의 재정상, 운영상 목표를 확실하게 정의하고, 달성 현황을 체계적이고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목표가 확실하면 팀 전체는 단결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경영진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빠르고 유연하게 내릴 수 있는 한편, 직원들은 ‘많이 팔아야 한다’, ‘잘해야 한다’ 등의 막연한 구호가 아닌 ‘전년 대비 매출 20% 증대’ 같은 구체적인 수치 달성을 목표로 한층 업무에 집중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량 지표에만 치중하다 보면 여러 부작용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예상 가능한 문제점은, 조직에서 설정한 KPI가 실제로 해당 조직의 성장과 발전에 의미 있는 지표가 아니라면 KPI를 달성하더라도 실제적인 목표 성취에는 실패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로 한 지방 자치 단체에서 축제를 개최했다고 합시다. 애초에 지역에서 축제를 여는 목적은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정량 지표인 ‘방문객 수’만을 KPI로 설정한다면, 실제로 지역에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알차고 재미있는 축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보다, 주변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거 동원해 방문객 수를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임으로써 KPI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KPI를 초과 달성하더라도 축제의 원래 목적인 지역 인지도 상승은커녕, 먼 발걸음을 했던 타지 관광객들에게 안 좋은 인상만 남기게 되겠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어떤 활동의 속성을 평가하는 정성 지표입니다. 정성 지표는 한 마디로 ‘양보다 질’을 평가하지요. 축제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산출한 만족도를 정성적 KPI로 설정하면 축제 준비 단계에서부터 방문객들이 즐길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정성을 쏟을 수 있습니다.
정성 지표는 수치를 계산하는 정량 지표보다 객관성이나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기도 하지만, 사업을 운영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데 유용한 지표입니다. 사업 초기에는 정량적 수치가 실제로 어떤 의미를 띠는지 파악하기 힘들어서 ‘축제 방문객 수’처럼 일차원적인 정량적 수치만 좇기 쉬운데, 이때 ‘방문객 만족도’라는 정성적 수치를 통해 방문객만 많다고 능사는 아님을 배우는 것입니다.
이렇듯, 바람직하게 설정된 KPI는 조직의 목표 달성을 견인하고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는 크나큰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의 본질을 담지 못한 KPI는 궁극적으로 목표 달성을 저해하고 사업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지요. 그래서 핵심성과지표는 조직이 성장하고 사업이 발전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 제주에서는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워크숍을 개최해 질적 성장지표의 내실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습니다(내용을 확인하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제주가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개선을 추구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질적 차원에 대한 개념적 정립이 선제 되어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경제와 관광 서비스의 품질 개선에 무게 중심을 두는 성과지표를 개발하기로 한 것은, 지난 몇 년간 관광객이 급증하는 단계를 거쳐 국제적인 관광지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추구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KPI는 목표 달성을 위한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그런데 잠깐, ‘벤치마킹’이라는 말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벤치마크’를 아시나요? 이 역시 조직에서 활동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을 뜻하는 개념인데요, 지금까지 알아본 KPI와 유사해 보이는 벤치마크란 무엇이고, KPI와는 어떻게 다른지 다음 시간에 살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