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improve it)."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남긴 유명한 격언입니다. 살을 빼고 싶다면 체중계가 아무리 두려워도 주기적으로 저울 눈금을 마주해야 하고, 시험에 합격하고 싶다면 모의고사를 통해 현재 실력부터 확인해야 하는 법이죠. 이렇게 현재의 체중이나 시험 점수를 측정하여 목표 체중이나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과목별 점수, 즉 ‘기준점’에 비춰봐야 합니다. 이러한 기준점을 우리는 KPI, 즉 핵심성과지표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 4회에 걸쳐 우리는 KPI의 개념과 유형, KPI를 설정할 때 참고가 되는 벤치마크의 개념과 유형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러나 개인이나 조직마다 하는 일, 목표, 상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아무리 다양한 예시를 소개하더라도 그 예시가 독자 여러분의 실정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KPI를 개발하고 작성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KPI 개발 5단계
- 사업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 목표 달성도를 측정하는 지표를 도출한다
- 목표치와 한계점을 정한다
- 조직 구성원 모두가 KPI를 이해하도록 설명한다
- 시행 중인 KPI를 점검하고 개선한다
목표를 세우기는 쉽습니다. ‘내년에는 고객에게 더 많이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자’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생각해봅시다. 여기서 고객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매출이 오르는 것? 단골이 많아지는 것? 그렇다면 단골이 많아진다의 기준은 또 무엇일까요? 고객 보유율 10% 증가? 20% 증가? 이렇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에 모두가 동의하더라도 ‘사랑받는다’의 기준에 관한 해석이 분분하다면 목표 달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업 목표는 ‘전년 대비 재구매율 20% 증대’와 같이 이견의 여지가 없도록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기술해야 합니다.
KPI에 대해 소개하는 두 번째 글에서 우리는 목표 달성 과정을 자원 투입 → 사업 과정/활동 → 산출 → 결과의 네 단계로 나눠 각각의 단계에 어떤 KPI들이 필요한지 배웠는데요, 이제 이 지식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지표를 도출할 차례입니다.
먼저 ‘매출 증대’ 같은 목표는 지표를 도출하기 간단합니다. 판매액을 바로 산출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같은 목표에는 딱 떨어지는 수치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달성도를 파악하려면 간접적인 기준점을 세워야 합니다. 이를테면 광고가 공략 집단에 노출된 정도를 보여주는 도달률, 온라인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광고에 반응했는지 보여주는 클릭률 등의 수치를 측정하는 것이죠.
여러 가지 측정 방법들을 생각했다면, 그중에서 목표 달성도를 가장 잘 나타낼 만한 지표를 추려내고, 목표의 성격에 따라 몇 가지 지표를 결합합니다. 지표 여러 개를 결합해야 할 때는 주로 달성도를 직접 계량할 수 없어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측정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브랜드 인지도, 고객 만족도 향상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는데요, 고객 만족도를 설문 조사 결과로만 측정한다면 응답자의 인심에 한 기업의 목표 달성도가 좌우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들의 재구매율, 반품률, 온라인 후기 평점 같은 몇 가지 지표를 결합한 ‘복합지표’를 도출함으로써 평가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복합지표의 개념과 개발 방법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여기를 클릭해 KIET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통합적 관점에서의 산업 분석을 위한 복합지표 개발 연구』를 읽어보세요.)
이제 측정 결과를 평가할 기준을 정합시다. 이때 정해야 하는 기준은 목표치와 한계점, 두 가지인데요, 목표치는 사업 과정에서 추구해야 하는 지점, 한계점은 ‘넘지 말아야 할’ 지점입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 고객의 재구매율에서 목표치는 50%, 한계점은 5%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반품률에 대한 기준을 정한다면 목표치는 1%, 한계점은 10% 등으로 설정하겠지요.
목표치와 한계점을 설정하면 KPI를 아래와 같은 그래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를 선명하게 확인하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이 그래프는 소매상(Retailer) 별 KPI 달성도 8개 항목을 보여줍니다. 그래프 상단에는 OOS(품절), Void(진열대 비어있음), OSA%(재고 진열률) 등의 KPI 항목이 있고, 그 아래로 3색 막대들이 보이는데요. 청록색은 ‘문제없음’, 노란색은 ‘경고’, 주황색은 ‘위기’ 상태를 나타냅니다. KPI마다 설정된 목표치와(점선으로 표시) 한계점을 기준으로, 목표치에 도달했거나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둔 소매점은 ‘문제없음’, 한계점을 통과했지만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소매점은 ‘경고’, 한계점을 통과하지 못한 소매점은 ‘위기’로 표시한 것입니다.
KPI를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해도, 실제로 목표를 달성해야 할 당사자들이 그 내용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KPI가 아무리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기준점이라고 해도 그 자체는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지표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구성원들에게 KPI를 도출한 의도를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고 목표치를 달성하거나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라고 지시한다면, 구성원 입장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추가 업무만 떠안게 되는 셈입니다.
목표의식이 직원들의 동기 부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짧은 이야기를 해볼까요? 햇살이 유난히 뜨거운 어느 날, 공사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인부 세 명이 있었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세 명중 인상을 잔뜩 쓴 채 일하는 인부에게 먼저 물었습니다. “지금 뭘 하고 계십니까?” 그 인부는 찌푸린 얼굴로 말했습니다. “보면 모르겠소? 벽돌을 쌓고 있지 않소!” 행인은 두 번째 인부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인부는 무덤덤하게 답했습니다. “돈을 벌고 있소이다.” 같은 질문에 싱글벙글 웃으며 일을 하던 세 번째 인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하나님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지요.” 벽돌 쌓기라는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과 비전을 생각할 때 비로소 성취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이야기지요.
조직 구성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자신들이 달성해야 하는 KPI가 조직의 어떤 비전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개발되었는지,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조직과 개개인이 어떻게 성장할지 정확하게 이해해야만 동기를 부여받고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습니다.
‘한술 밥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신중하게 목표와 현 상황을 분석하더라도, 처음부터 조직의 실정과 목표에 꼭 맞는 KPI를 도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KPI가 막상 조직 구성원들이 실적 개선에 도움을 주지 않거나, 의도치 않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은행에서 펀드 사업을 키우고 종합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입출금 통장만 이용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펀드 상품 판매 건수를 KPI로 설정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직원들이 펀드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KPI 달성을 위해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펀드 상품을 권유하는 바람에, 고객들은 오히려 각자의 재정 상황에 맞지 않는 상품에 가입해 재정적 손실을 입고 펀드와 해당 은행에 거부감만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경우 은행은 처음 설정했던 판매 건수 KPI의 목표치를 낮추고, ‘적절한 펀드 상품 추천을 위한 직원 전문 교육’. ‘고객에게 상품 설명 제공’ 같은 보완적 KPI를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신규 고객은 줄어들더라도 각 고객이 알맞은 펀드 상품에 가입해 자산을 늘리고, 나아가 해당 은행의 펀드 서비스에 호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처음부터 예측할 수는 없으므로 주기적으로 KPI가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며 지표를 고쳐나가야 합니다.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말을 뒤집어보면 ‘측정하면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즉, 조직의 비전이 담긴 KPI를 도출하고 측정하면 더 나은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죠. 지금까지 소개한 KPI와 벤치마크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분이 몸담은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고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